[이태수 칼럼] 술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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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태수 작성일20-04-28 18:50본문
↑↑ 시인 이태수옛날 옛적에 어느 도깨비가 주린 배를 움켜쥐고 고개 아래를 보고 있자니 점잖은 선비가 시를 읊으며 올라와 얼른 처리해 버렸다. 곧 한 기생이 춤추고 노래하며 오자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 이어 한 망나니가 허공에 욕설을 퍼부으며 비틀비틀 올라왔다. 배가 부른데다 그 형색이 마땅찮아 주저하다가 굶주리던 지난날이 떠올라 저축하는 셈치고 또 처리했다.
그 뒤 그들이 묻힌 곳에서 싹이 트고 나무가 자라 맺힌 열매가 떨어져 썩으면서 이상한 물이 생겼다. 그 물이 바로 술이라는 '도깨비와 술' 이야기가 전한다. 누가 지어냈겠지만 그럴듯한 이야기다.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측은지심이 생겨 눈길이 부드러워지고, 선비의 혼이 나타나 시인묵객이 된다. 취흥이 도도해지면 기생의 혼이 씌워 노래를 부르고 어깨를 들썩거린다.
그러나 선비와 기생의 단계를 넘어서면 술잔이 엎어지고 큰소리가 오가며 심할 때는 코피가 터지기도 하는 망나니 상태가 되게 마련이다. 술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가르치지만 망나니 단계의 폐해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강조된 이야기인 셈이다.
서양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노아가 포도나무를 심을 때 사탄이 찾아와서 물었다. "무엇을 심고 있습니까?" "포도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어떤 나무인가요?" "아주 달고 신맛도 알맞게 지닌 과일입니다. 발효시키면 마음을 즐겁게 하는 술이 되지요" "그렇게 좋은 거라면 나도 좀 거들까요".
사탄은 양, 사자, 돼지, 원숭이를 죽여 그 피를 포도나무 밭에 거름으로 뿌렸다. 그 결과 포도주를 빚어 마신 노아는 먼저 양처럼 유순해지고, 좀 더 마신 뒤 사자처럼 강해졌다. 많이 마셔 돼지처럼 지저분해졌으며, 또 더 마셔 원숭이처럼 시끄럽게 됐다.
가장 올바른 사람으로 칭송되던 노아마저 술을 마시면 이 정도였으니, 보통 사람들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술 먹은 개(犬)'라는 우리 속담이나 '첫 잔은 갈증 때문에, 둘째 잔은 즐거움을 위해 마시지만, 그 다음 잔은 발광하기 위해 마신다'는 서양 격언도 비슷한 뜻이다.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신다'지만, 술로 인한 폐해는 클 수밖에 없다. 술(酒神)은 '전쟁(軍神)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인다'는 말도 있다. 그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멋과 맛으로 마시던 옛사람들의 슬기와 아침술은 '돌, 낮술은 구리, 저녁술은 은, 3일에 한번 마시는 술은 황금'이라는 탈무드의 격언도 있다.
키케로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겐 사려분별을 기대치 말라'고 말한 바 있으나, 지나치면 건강에 해로울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역기능을 부른다.
더구나 서양인 중엔 4%, 동양인은 25% 정도가 알코올 분해 효소를 생성하는 유전자를 갖지 못한 채 태어난다고 한다. 의학적으로도 이런 사람들에겐 술이 독(毒)이자 고통의 원천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남자의 3분의 2가 술잔을 들면 건강을 해칠 정도로 과음한다고 한다. 우리의 연간 음주량은 세계 1, 2위를 다툰다고도 한다.
특히 소주, 위스키 등 희석주와 증류주 소비는 러시아와 함께 세계 최고라고 한다. 음주 문화도 악명이 높다. 주량과 주종을 '통일'해 놓고 강권하는 폭력적 술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 분위기가 많아 달라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코로나 19'는 미증유의 재앙이다. 이제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몇 달간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고 사회를 거의 마비시키다시피 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막막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 그 공포와 스트레스 때문에 주량이 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사실 그간 가까운 사람들과, 때로는 혼자 술에 기대어 정신을 추스르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간은 술과 '거리 두기'를 해오기도 했다.
시인 조지훈은 '음주론'에서 술은 모름지기 세상을 배우는 자세로 마시는 학주(學酒)에 그 진체가 있다고 했다. 옛날 스파르타 사람들은 노예들을 만취시킨 뒤 그 모습에서 교훈을 얻었다지만, 술을 즐기더라도 학주 정도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새삼 해본다.
시인 이태수 kua348@naver.com
그 뒤 그들이 묻힌 곳에서 싹이 트고 나무가 자라 맺힌 열매가 떨어져 썩으면서 이상한 물이 생겼다. 그 물이 바로 술이라는 '도깨비와 술' 이야기가 전한다. 누가 지어냈겠지만 그럴듯한 이야기다.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측은지심이 생겨 눈길이 부드러워지고, 선비의 혼이 나타나 시인묵객이 된다. 취흥이 도도해지면 기생의 혼이 씌워 노래를 부르고 어깨를 들썩거린다.
그러나 선비와 기생의 단계를 넘어서면 술잔이 엎어지고 큰소리가 오가며 심할 때는 코피가 터지기도 하는 망나니 상태가 되게 마련이다. 술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가르치지만 망나니 단계의 폐해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강조된 이야기인 셈이다.
서양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노아가 포도나무를 심을 때 사탄이 찾아와서 물었다. "무엇을 심고 있습니까?" "포도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어떤 나무인가요?" "아주 달고 신맛도 알맞게 지닌 과일입니다. 발효시키면 마음을 즐겁게 하는 술이 되지요" "그렇게 좋은 거라면 나도 좀 거들까요".
사탄은 양, 사자, 돼지, 원숭이를 죽여 그 피를 포도나무 밭에 거름으로 뿌렸다. 그 결과 포도주를 빚어 마신 노아는 먼저 양처럼 유순해지고, 좀 더 마신 뒤 사자처럼 강해졌다. 많이 마셔 돼지처럼 지저분해졌으며, 또 더 마셔 원숭이처럼 시끄럽게 됐다.
가장 올바른 사람으로 칭송되던 노아마저 술을 마시면 이 정도였으니, 보통 사람들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술 먹은 개(犬)'라는 우리 속담이나 '첫 잔은 갈증 때문에, 둘째 잔은 즐거움을 위해 마시지만, 그 다음 잔은 발광하기 위해 마신다'는 서양 격언도 비슷한 뜻이다.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신다'지만, 술로 인한 폐해는 클 수밖에 없다. 술(酒神)은 '전쟁(軍神)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인다'는 말도 있다. 그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멋과 맛으로 마시던 옛사람들의 슬기와 아침술은 '돌, 낮술은 구리, 저녁술은 은, 3일에 한번 마시는 술은 황금'이라는 탈무드의 격언도 있다.
키케로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겐 사려분별을 기대치 말라'고 말한 바 있으나, 지나치면 건강에 해로울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역기능을 부른다.
더구나 서양인 중엔 4%, 동양인은 25% 정도가 알코올 분해 효소를 생성하는 유전자를 갖지 못한 채 태어난다고 한다. 의학적으로도 이런 사람들에겐 술이 독(毒)이자 고통의 원천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남자의 3분의 2가 술잔을 들면 건강을 해칠 정도로 과음한다고 한다. 우리의 연간 음주량은 세계 1, 2위를 다툰다고도 한다.
특히 소주, 위스키 등 희석주와 증류주 소비는 러시아와 함께 세계 최고라고 한다. 음주 문화도 악명이 높다. 주량과 주종을 '통일'해 놓고 강권하는 폭력적 술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 분위기가 많아 달라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코로나 19'는 미증유의 재앙이다. 이제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몇 달간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고 사회를 거의 마비시키다시피 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막막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 그 공포와 스트레스 때문에 주량이 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사실 그간 가까운 사람들과, 때로는 혼자 술에 기대어 정신을 추스르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간은 술과 '거리 두기'를 해오기도 했다.
시인 조지훈은 '음주론'에서 술은 모름지기 세상을 배우는 자세로 마시는 학주(學酒)에 그 진체가 있다고 했다. 옛날 스파르타 사람들은 노예들을 만취시킨 뒤 그 모습에서 교훈을 얻었다지만, 술을 즐기더라도 학주 정도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새삼 해본다.
시인 이태수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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