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 데스크칼럼] 불보다 뜨겁게, 얼음보다 차갑게 > 실시간

본문 바로가기


실시간
Home > 건강 > 실시간

[이상문 데스크칼럼] 불보다 뜨겁게, 얼음보다 차갑게

페이지 정보

편집국장 이상문 작성일20-04-09 18:15

본문

↑↑ 편집국장 이상문울진군은 코로나19 청정지역이었다. 그러다가 지난달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하던 학생이 귀국해 울진의 집으로 돌아왔고 열흘이 지난 29일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되면서 청정지역의 기록이 깨졌다.
 
  울진군에는 비상이 걸렸다. 20일에 귀국해 열흘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무증상자였던 학생이 혹여나 지역사회 전파자가 된 것이나 아닐지 노심초사했다. 그리고 '지역사회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학생의 가족과 친지, 이웃 모두 음성으로 판명됐다. 그리고 그를 태웠던 택시 기사까지 음성이었다. 어떻게 이 학생은 이렇게 철저하게 사회전파를 차단할 수 있었을까?
         21일 새벽 학생은 집 앞에 도착해서 아버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아빠. 나 집에 왔어" 학생의 아버지는 대답했다. "바로 2층으로 올라가거라" 아버지의 메시지를 받은 학생이 건물 밖으로 난 계단을 이용해 2층으로 올라갔더니 평소에는 없었던 세탁기, 가스버너, 가스레인지, 즉석밥, 과자, 생수, 손 소독제, 라면, 치약 등 셀프 격리를 위한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학생에게 당부했다. "자가격리 기간이 길어야 14일이니 그 때보자. 너는 현재 무증상이지만 유럽에서 왔으니 혹시 모르지 않느냐. 확진자라고 얼굴에 나타나면 차라리 좋을 텐데 그 표시가 없으니 혹시 모르지 않느냐. 미안하다 사랑하는 우리 딸"
         그 후 학생과 가족들은 아래 위층에 철저하게 격리된 채 살면서 영상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 22일부터 해외 유입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검역이 강화됐고 학생도 검역 대상에 포함돼 의료원을 찾았다. 더 놀라운 것은 그 학생이 의료원을 찾는 과정이다. 걸어서 10분 이상 걸리는 거리를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다녀왔다. 그야말로 완벽한 비접촉 자가격리를 실천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오랜 유럽 유학생활을 하고 딸이 돌아왔으면 달려가서 부둥켜안고 얼굴을 부벼야 정상이다. 그런데 그 가족은 냉정했다. 29일 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자 학생의 아버지는 즉시 자신이 경영하는 가게의 상호를 공개했다. 그만큼 철저하게 격리했기 때문에 전파가 되지 않았음을 자신했다.
         당시 뉴욕을 다녀와 매일 외출을 멈추지 않았던 방송사 PD와 의심증상이 있었음에도 제주도 여행을 했던 유학생 모녀, 격리 지침을 어기고 스크린 골프를 즐긴 영국인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범 가족의 사례다. 위기의 순간에 평정심을 유지하며 철저하게 이성적인 판단을 했던 울진군의 가족은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한 방법을 제대로 실천했다.
         중국에 이어 대한민국에 코로나19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했을 때 우리는 절망했다. 이러다가 엄청난 국난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불안을 넘어 공포스러워 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대구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고 시민들이 집에 갇혀 우울한 나날을 보내면서도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그 결과 현재는 어느 정도 진정세로 접어들었고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방역 사례를 보유한 국가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지난 8일까지 우리 정부에 진단키트를 요청한 나라는 총 126개국에 이른다. 이 중 정부를 통한 수입 문의가 72개국, (인도적) 지원 요청이 64개국, 또 두개의 교집합이 36개국이다. 업체에 직접 요청한 국가들도 있다. 진단키트뿐만 아니라 의료장비를 요청한 국가까지 합한다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나면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일류국가로 성장할 것이다. 깊은 어둠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국민들이 하나가 돼 어려움을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고 투명하고 질서정연하게 방역에 몰두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있다. 아직은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 민족의 위기 극복 역량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국가가 될 것이다.
         절망에서 희망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고통이 뒤따른다. 철저한 절제와 노력이 필요하다. 울진군의 한 가족이 보여줬던 그 냉정한 가족 관리는 이 시점에 국민 모두가 본받아야 할 덕목이다. 온 국민이 재난을 극복하려는 의지는 불보다 뜨거워야 하고 위기를 넘기는 이성적 방법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얼음보다 차가워야 한다.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현명한 방안이다.
편집국장 이상문   kua348@naver.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울릉·독도 신문. All rights reserved.
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