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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왕들에게 길을 묻다] 한국의 실크로드 초기 연구사 - 주도적인 신라 역사연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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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실크로드 중앙아시아연… 작성일21-01-1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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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명대 실크로드 중앙아시아연구원장 김중순[경북신문=계명대 실크로드 중앙아시아연구원장 김중순] 경북신문이 주최한 '2020 신라왕들의 축제'에서 열린 학술대회 '포스트코로나시대 신라왕들에게 길을 묻다'에 참가한 학자들의 발표문을 연재한다. 신라왕들과 신라인의 창조적인 글로벌 의식과 혜안을 통해 코로나19 이후의 새롭게 전개될 세계를 적응하는 지혜를 얻기를 기대한다.
 
  III. 결론을 대신하여
 
  소위 근대학문의 양식은 서구의 주도 아래 이루어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의 근대학문은 유럽중심주의에서 쉽게 벗어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된 한국의 근대화 시기와도 관계가 있다. 실크로드학 역시 근대학문의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정치적 역사적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국내 실크로드학의 초기 성격은 매우 주체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간접적이기보다 직접적이었다. 특히 자료에 있어서 번역이나 2차 자료를 대신하여 원본에 접할 수 있었고, 그 연구와 해석에 있어서도 일방적인 수용이 아니라 주도적이었다. 특히 신라의 역사연구에서 그러한 경향이 강했다.
 
  건국사를 흉노에서 찾아 그 배경을 실크로드로 연결시키려는 시도나 고분에서 발굴된 다양한 유물들을 통해 서역과의 문명 교류사를 해석하려는 시도, 그리고 혜초, 장보고, 최치원 등의 인물들을 통해 개척한 서역과의 광범한 인적 교류를 해명하려는 시도 등이다. 앞에서 예를 든 세 사람의 학자들, 김중세, 김구경, 이구조는 국내가 아닌, 초기 실크로드 연구를 주도해왔던 유럽과 중국과 일본에서 각각 연구를 했다는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유럽이나 중국이나 일본 중심주의에 매몰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더욱 생생한 자의식을 기반으로 글로벌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 자의식이라고 하는 것은 결코 '단독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방의 의식이 중심과 상호 교류하며 형성해낸 일종의 문명 이해의 새로운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중심주의에서 벗어난다는 말은 '글로벌'이라고 하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받아들인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그것은 한국의 실크로드 연구가 결코 실크로드학의 중심에 접근하기 위한 과정이거나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애처로운 발버둥이 아니다.
 
  실크로드학은 따로 그들만의 중심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각각의 지역이 그 자체로서 하나의 장(場)을 이루어 이 하나씩 연결되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각 지역에서 국가 단위로 이루어지는 실크로드학은 각기 자신의 특수성을 습득하고 확인하되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그들을 서로 연결시켜 인류문명의 보편적 가치를 습득하는 과정인 것이다. 이처럼 폭넓게, 그리고 여러 요인들의 관계를 모두 함께 고려하는 것이 '상호관계론적인 고찰과 해석'이다.
 
  역사의 발전과 진보는 '하나'의 요인만을 선택하거나 독점적으로 고려할 경우 심하게 왜곡될 수 있다. 이것은 특정한 문화현상의 원인과 이들의 내적인 관계를 한 국가나 지역 또는 특정 문명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오히려 관련된 모든 대상을 동적이며 유기적으로 그리고 그 내부에서 '상호 교류하는 총체적인 특징들'로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단위의 문화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자는 것이고, 역사의 유동성과 상호 연계성을 전제하면서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문명을 '교류사(Exchange History)'로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교류사 연구는 특히 양 문화 간의 접촉의 사건을 하나의 역사로 간주한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두 문화 사이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과정과 타 문화에 대한 수용과 자문화化 등에 초점을 맞추는 '횡단 역사(Histoire Croisee)'의 개념이기도 하다.
 
  교류사 연구는 전 지구적 시각을 기반으로 하여 유럽 내 국가들 간 또는 유럽과 아시아, 유라시아 대륙 전체, 대서양을 둘러싼 구대륙과 신대륙 등 다양한 대상 간에 발생하는 상호 의존 · 문화전파 · 상호간 인지 · 외형과 재현된 형상 등을 연구하는 분야로 자리 잡았다. 그런 뜻에서 우리가 이미 선택한 문명 공간으로서의 실크로드에서 만들어진 사건들을 교류라고 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 실크로드의 연구는 한결같이 제국주의의 그늘 아래 있었다. 따라서 '문화전파론'이 실크로드를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서양문화의 원류인 그리스 문명이 인도와 실크로드를 지나 동양에 전래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신라의 역사를 설명하는 방식이 교류보다는 오로지 외래 문명, 즉 서역으로부터 일방적 전파의 결과로만 해석되는 것도 어쩌면 그러한 유산인지도 모른다. "왜 우리 문화의 서방 전파 흔적은 보이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엄격히 말해 교류란 생산과 소비, 그리고 수용과 전파의 능력을 동시에 갖추어졌을 때 가능하다.
 
  따라서 '왕오천축국전'을 비롯한 문헌자료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많은 고분 유적들마저도 그런 뜻에서 생산과 소비, 그리고 수용과 전파의 능력을 동시에 갖춘 교류의 흔적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초기 실크로드 연구는 결과가 비록 미약했을지라도 오히려 이러한 태도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계속>
계명대 실크로드 중앙아시아연…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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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