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생활칼럼] 사람이 사람을 거부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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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김영미 작성일20-10-22 19:08본문
↑↑ 수필가 김영미사람이 사람을 거부하는 세상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사람과 어울릴 때에 삶의 가치가 돋보인다. 그 부대낌에서 생기는 것이 情이다. 정은 어른의 마음이라기보다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다. 어린아이의 웃음은 주위를 선하고 따뜻하게 만든다.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혼자이기보다 여럿이하는 공동체 생활을 선호한다. 마주앉아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한잔 술까지 곁들여질 때 한 몸이 된 듯 공감을 이룬다. 그런데 이런 정이 모두 차단당했다. 있을 때 잘하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막상 할 수 없으니 더 새롭다. 그러고 보면 사람살이가 별건가 싶다. 아옹다옹 어우렁더우렁 어울려 한 세상 살아가면 될 것을 왜 얼굴을 붉히고 언성을 높였었는지 후회막급이다.
혹 독야청정 고고한 뜻을 세우는 분도 있으나 그것은 특별한 부류다. 평소 그 분들 흉내 내기를 할 뜻이 없었음에도 작금의 시국은 혼자의 시간으로 몰아간다. 사람이 사람을 피하라 한다. 그러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질밖에 없다.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은 만큼 안에서 재미를 찾는다.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늘면서 새삼 요술 상자라는 말을 실감한다. 세상 곳곳과 개인의 사생활까지 낱낱이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내 집 안에 누워서 나라마다 새로 발생하는 코로나19확진자와 사망자수를 실시간으로 볼 수도 있다.
지구촌에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가 한곳으로 몰리기가 어디 쉬운가. 그런데 이건 재미라곤 1도 없는 소식이다. 처음에야 당장 큰일이 날 것 같은 위기감도 느끼고 경각심도 가지긴했다. 안타까운 맘이나 공분도 느꼈었다. 어느 날부터 식상하기가 그지없다. 그럼에도 텔레비전 앞을 떠날 수 없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쇼킹하고 재밌는 사건을 찾아다닐 수도 없는 형편이니 날마다 리모컨을 붙들고 사정을 한다.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다 재밌는 드라마나 오락프로를 찾는다. 그것도 며칠을 보고났더니 그저그렇다. 오락프로를 보는 것은 게임의 승패보다는 그 게임을 매개로 출연자들이 벌이는 의도되지않은 몸짓이나 말투에서 묻어나는 순발력이 재미있어서다.
그 재미마저도 사라졌다. 낯이 익은 몇몇 사람만이 여기저기서 겹치기로 출연을 하면서다. 오락프로에서는 좀처럼 새로운 사람은 만나기가 어렵다. 채널마다 고만고만한 출연자에 비슷한 방식의 진행이다. 시청자가 찾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방송사측의 편성도 안이하다. 특정유명인을 중심으로 문어발식 인맥동원이 전부다.
공공연히 자랑하기까지 한다. 그럼 그와 인맥이 없는 연예인들은 출연기회조차 갖지못한다는 말인가. 어차피 시청자는 보여주는 그 범위에서 좋고 나쁨을 선택해야 된다지만 어딘지 강요받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런 와중에 산뜻한 프로를 발견했다.
올 초에 트로트를 부르는 신인남자가수 경연대회가 있었다. 당초 무명인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취지도 좋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참가자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그렇게 검증을 거친 실력은 기존의 가수에 비견해 모자라지 않는다. 일단 믿고 볼만큼 출중한 노래솜씨도 그렇지만 감성 또한 가히 가슴을 울리는 정도다. 덧붙여 오랜 무명생활을 겪은 서러움이나 고난이 알려지면서 가슴속에 있던 정이란 것까지 움찔움찔 리듬을 탔다. 자세히 보면 예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자주 보면 정이 들게 마련이다. 생판 모르는 그들과도 한 가족이 된 느낌이다. 물론 만나거나 통화를 한 적은 없다. 나는 그들을 보지만 그들은 나의 존재 자체도 모를 뿐 아니라 시청자라는 불정다수의 부류로 분류할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들에게 눈과 귀를 연다. 이런 마음은 나만이 아닌 듯하다. 직장에서나 길을 가다가 지나치는 말소리에도 특히 인터넷 검색 순위에는 단연 일등이다. 이런 트로트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평소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과 만나지 못한지 오래됐다. 안부가 궁금하여도 섣불리 만나자는 말을 건네지 못하겠다. 혹 상대방이 만나자하면 거절하여야하나 어쩌나 지레 겁이나 전화조차 꺼려진다. 일전에는 모처럼 마음을 내어 모임을 약속했는데 막상 시간이 다가오니까 갑자기 기침이 났다.
과민반응이 부른 헤프닝이었지만 처음부터 약속 안 한만 못하였다. 이런 속내는 상대방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빨리 전염병을 이길 백신이 대중화되기를 바랄뿐이다. 뽕짝의 남자들에 혹한 마음이 변절하기 전에 말이다.
수필가 김영미 kua348@naver.com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혼자이기보다 여럿이하는 공동체 생활을 선호한다. 마주앉아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한잔 술까지 곁들여질 때 한 몸이 된 듯 공감을 이룬다. 그런데 이런 정이 모두 차단당했다. 있을 때 잘하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막상 할 수 없으니 더 새롭다. 그러고 보면 사람살이가 별건가 싶다. 아옹다옹 어우렁더우렁 어울려 한 세상 살아가면 될 것을 왜 얼굴을 붉히고 언성을 높였었는지 후회막급이다.
혹 독야청정 고고한 뜻을 세우는 분도 있으나 그것은 특별한 부류다. 평소 그 분들 흉내 내기를 할 뜻이 없었음에도 작금의 시국은 혼자의 시간으로 몰아간다. 사람이 사람을 피하라 한다. 그러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질밖에 없다.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은 만큼 안에서 재미를 찾는다.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늘면서 새삼 요술 상자라는 말을 실감한다. 세상 곳곳과 개인의 사생활까지 낱낱이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내 집 안에 누워서 나라마다 새로 발생하는 코로나19확진자와 사망자수를 실시간으로 볼 수도 있다.
지구촌에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가 한곳으로 몰리기가 어디 쉬운가. 그런데 이건 재미라곤 1도 없는 소식이다. 처음에야 당장 큰일이 날 것 같은 위기감도 느끼고 경각심도 가지긴했다. 안타까운 맘이나 공분도 느꼈었다. 어느 날부터 식상하기가 그지없다. 그럼에도 텔레비전 앞을 떠날 수 없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쇼킹하고 재밌는 사건을 찾아다닐 수도 없는 형편이니 날마다 리모컨을 붙들고 사정을 한다.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다 재밌는 드라마나 오락프로를 찾는다. 그것도 며칠을 보고났더니 그저그렇다. 오락프로를 보는 것은 게임의 승패보다는 그 게임을 매개로 출연자들이 벌이는 의도되지않은 몸짓이나 말투에서 묻어나는 순발력이 재미있어서다.
그 재미마저도 사라졌다. 낯이 익은 몇몇 사람만이 여기저기서 겹치기로 출연을 하면서다. 오락프로에서는 좀처럼 새로운 사람은 만나기가 어렵다. 채널마다 고만고만한 출연자에 비슷한 방식의 진행이다. 시청자가 찾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방송사측의 편성도 안이하다. 특정유명인을 중심으로 문어발식 인맥동원이 전부다.
공공연히 자랑하기까지 한다. 그럼 그와 인맥이 없는 연예인들은 출연기회조차 갖지못한다는 말인가. 어차피 시청자는 보여주는 그 범위에서 좋고 나쁨을 선택해야 된다지만 어딘지 강요받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런 와중에 산뜻한 프로를 발견했다.
올 초에 트로트를 부르는 신인남자가수 경연대회가 있었다. 당초 무명인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취지도 좋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참가자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그렇게 검증을 거친 실력은 기존의 가수에 비견해 모자라지 않는다. 일단 믿고 볼만큼 출중한 노래솜씨도 그렇지만 감성 또한 가히 가슴을 울리는 정도다. 덧붙여 오랜 무명생활을 겪은 서러움이나 고난이 알려지면서 가슴속에 있던 정이란 것까지 움찔움찔 리듬을 탔다. 자세히 보면 예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자주 보면 정이 들게 마련이다. 생판 모르는 그들과도 한 가족이 된 느낌이다. 물론 만나거나 통화를 한 적은 없다. 나는 그들을 보지만 그들은 나의 존재 자체도 모를 뿐 아니라 시청자라는 불정다수의 부류로 분류할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들에게 눈과 귀를 연다. 이런 마음은 나만이 아닌 듯하다. 직장에서나 길을 가다가 지나치는 말소리에도 특히 인터넷 검색 순위에는 단연 일등이다. 이런 트로트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평소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과 만나지 못한지 오래됐다. 안부가 궁금하여도 섣불리 만나자는 말을 건네지 못하겠다. 혹 상대방이 만나자하면 거절하여야하나 어쩌나 지레 겁이나 전화조차 꺼려진다. 일전에는 모처럼 마음을 내어 모임을 약속했는데 막상 시간이 다가오니까 갑자기 기침이 났다.
과민반응이 부른 헤프닝이었지만 처음부터 약속 안 한만 못하였다. 이런 속내는 상대방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빨리 전염병을 이길 백신이 대중화되기를 바랄뿐이다. 뽕짝의 남자들에 혹한 마음이 변절하기 전에 말이다.
수필가 김영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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