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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상주본,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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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10-0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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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잠깐 세상에 공개된 훈민정음 상주본이 오리무중인 채로 또 한 번의 한글날을 보내게 됐다. 기다리다 지친 국민들도 이제는 종적을 감춘 상주본이 세상에 먼저 공개돼야 하고 그 다음 소장자와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8년 7월 상주시와 배익기 씨는 국보 70호인 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본(解例本)과 동일한 판본인 상주본이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의 감정 결과에서도 상주본은 1940년 안동에서 발견돼 국보 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과 동일한 판본이라고 감정했다. 발표 당시 상주 해례본은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하고, '상주본은 1조 원의 가치가 있다'는 감정가가 나오면서 일부에서는 '상주본을 숭례문 대신 국보 1호로 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골동품 업자 조모 씨와 배씨가 소유권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인 결과 대법원은 2011년 6월 "배씨가 상주본을 훔쳐간 점이 인정된다"며 원고 조씨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조 씨는 그러나 "국가에 맡긴다"는 기증 의사를 밝힌 뒤 숨져 상주본 법적 소유주는 국가로 넘어갔다. 대법원 확정판결 뒤 두 달 만에 검찰은 상주본을 훔친 혐의로 배씨를 구속했다. 하지만 배 씨는 1심 재판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됐으나 2심에 이어 2014년 5월 대법원에서 각각 무죄가 나왔고 옥살이 1년 만에 풀려났다. 문제는 배씨가 문화재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재산 가치 1조 원의 10%인 1천억 원을 주면 상주본을 세상에 내놓겠다고 요구하기 시작했고 최근까지 2차례 조정에서 그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배씨가 지금까지 보인 태도를 보면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배씨 집 화재 시에 이미 대부분 타버리고 일부만 남아 그것을 공개한 경우다. 이를 경우 배씨는 존재하지도 않는 상주본을 가지고 지루한 협상을 펼쳐 국민을 기만한 셈이 된다. 또 하나 배씨가 1천억원 보상을 끝까지 고집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상징적 의미가 아니라 실질적인 가치를 따지는 일이 중요하다. 국보로 지정된 안동본과 동일한 판본이라고 인정됐으므로 안동본의 가치를 유추해 적용할 수 있다.
 안동본의 경우 당시 1만원에 매입했고 당시 기와집 한 채 가격이 1천원이었다고 가정하면 상주본의 가격은 30억원 내외가 된다. 여기다 상주본이 안동본에는 없는 창제원리가 기록돼 있어 설명이 상세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2배 가격인 60억원이면 적당하다 할 수 있다. 상주지원 재판부도 먼저 상주본의 존재여부를 확인하고 조정이던 재판이던 진행해야 한다. 존재여부도 불분명한 사안을 놓고 조정한다는 자체도 우스운 일이며 사법부 판단에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지나 않을 까 우려된다. 오는 23일 예정된 3차 조정결과가 주목되는 것은 물론 귀중한 문화유산이 언제까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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