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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천연 안료용 광물 `뇌록`을 홀대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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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6-12-2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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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전통 광물안료 뇌록(磊綠)이 공사현장에 방치된 채 홀대를 받고 있다. 포항시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도로공사 현장에서 대량으로 발견된 뇌록은 운모류 광물로 조선시대 궁궐과 사찰의 단청, 그림에 녹색 안료로 사용됐다.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 2013년 국내에서 유일한 뇌록산지인 포항시 남구 장기면 학계리 뇌성산(磊城山) 일대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본보 2013년 10월21일자 사설,'경북동해안 지역 지질학적 가치에 주목해야') 문제가 되고 있는 블루밸리현장은 이곳과는 2km가량 떨어진 곳으로 뇌록의 광맥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북대 암석광물학 연구실이 포항시 장기면과 구룡포읍 일대에서 뇌록 노두(露頭·지하에 매장된 광맥이 지표에 노출된 것) 4곳 등 총 6곳의 뇌록 산지를 발견했다.
 이 가운데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공사 현장이 있는 구룡포읍 광정산 동남부 계곡에 가장 많은 양의 뇌록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 했다. 이곳 공사현장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2013년 숭례문 부실 복원으로 단청이 떨어져 나간 이후 재시공에 필요한 핵심 재료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데 있다. 하지만 도로 공사로 인해 뇌록 암반이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는데도 문화재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7개월 넘게 정밀 조사 요청을 외면하고 있어 문제다.
 뇌록은 귀해서 예부터 국가가 나서 생산을 통제했다. 수년전에는 일본인들이 이 뇌록을 확보하기위해 나섰다가 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실제 영건도감의궤(營建都監儀軌)에 따르면 1805년 2월 창덕궁 인정전을 중수하면서 경상도 관찰사에게 "장기현(현 포항시 장기면)에서 나는 뇌록 20두(斗)를 조달하라"는 왕명이 떨어졌다. 실제로 뇌성산 산지에는 약 15m 깊이의 조선시대 갱도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경북대 연구팀은 올 초 현지 조사에 착수해 3월 연구용역 보고서를 문화재청과 포항시에 제출했다. 이어 연구팀은 5월 최종 보고회에서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시추 등 정밀 조사를 통해 뇌록 매장량과 분포 지역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라며 지금껏 정밀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서야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이 공사장에서 뇌록 원석 1t을 천연 안료 연구 목적으로 수거해 갔다. 그 사이 도로를 내기 위한 암반 굴착이 진행되면서 파괴된 뇌록 암석들이 공사 현장 곳곳에 굴러다니고 있다. 경북동해안 지역의 뇌록산지는 도료로서 뿐만 아니라 지질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곳이다.
 문화재청이 이런저런 이유로 꺼린다면 포항시와 대규모 문화재 공사가 예정돼 있는 경주시가 나서 이를 확보해야 한다. 장기면 뇌성산(磊城山) 일대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돼 채굴이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근 출토지역에 대한 관리가 시급하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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