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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드라마는 끝났다, 그러나 그 뒤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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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6-03-2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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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 의원을 찍어내기 위한 온갖 장치들로 치장됐던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의 막장 드라마가 무소속 출마를 위한 시한에 쫓긴 유 의원의 탈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국민들은 새누리당의 졸렬한 행위에 화가 났고 상당부분 지지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한민국 정치사 중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 드라마와 같은 일은 없었다. 복기하기 싫은 일이지만 유 의원 공천 여부를 두고 공관위와 최고위원회가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던 모습은 대한민국 정치의 낙제 수준을 보는 듯했다. 3선 중진 의원이면서 당의 원내대표까지 역임한 의원을 두고 '당의 정체성에 반한다'는 논리로 찍어내려 한 속셈은 철든 국민이라면 다 안다.
 공관위가 밝힌 '당의 정체성'은 곧 '대통령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며 '정체성에 반한다'는 말은 곧 '대통령의 생각을 비판했다'는 말이 된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내부 결속을 강화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진박, 비박, 무소속 출마의원 등으로 사분오열한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을 어떻게 치를지 걱정된다.
 유승민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며 "당의 모습은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이라고 못을 박았다. 원내대표에 쫓겨나면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외쳤던 유 의원이 당에서 쫓겨나면서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들고 나온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유 의원의 눈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헌법 제1조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어법으로 주장한 것이다.
 이번 공천은 유승민으로 시작돼 유승민에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이미 이 결과가 눈에 보였다. "아군에게만 총질하는 국회의원 잔뜩 있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소리쳤던 친박 실세 최경환 의원의 발언과 취중에 전화에 대고 '죽여버리게'라고 말한 윤상현 의원 스캔들이 터졌을 때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정치에서 '배신'을 운운하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정치가 마치 조폭집단처럼 변한 현실에서 국민들은 아연실색한다.
 새누리당의 내홍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듯하다. 앞으로 총선 과정에서 친박측과 유 의원간에 치고받을 공방전이 남았다. 그리고 총선 이후 전당대회에서 친박과 비박간의 당권 경쟁도 볼만할 것 같다. 이 정도의 새누리당이라면 전당대회에서도 이번 공천 드라마에 못지않은 막장 드라마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이것이 새누리당에 국한된 걱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집권 여당이 보여준 치졸한 정치쇼와 대통령의 속 좁은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것이다. 과연 이번 총선 이후에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내홍을 수습하고 국정을 제대로 끌고갈 수 있을지 의심된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계파싸움에 골몰한 그들에게 기대를 걸어도 될지 걱정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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