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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금류 ‘이동신고서’ 있으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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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4-03-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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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대로 경주시 천북면 산란계 희망농원의 조류인플루엔자(AI) 침투는 지자체의 안전불감증이 몰고 온 인재(人災)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방역관이 현장 상태를 확인한 후 이동승인서를 발급해야 하지만 이를 소홀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차관보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경북지역 첫 AI 발생지인 경주 천북면 양계농가에 대해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이전 AI 발생지역인 경기 평택(남양만)에서 닭 5200마리를 입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줄곧 농가에 사람·차량 등의 이동을 통제해야 한다며 차단방역을 강조해왔지만 결국 방역체계가 뚫려 ‘2차 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2차 감염의 원인이 차단 방역이 허술해서가 아니라 닭을 입식하면서 ‘이동신고서’ 처리가 너무나 엉성했기 때문이라는 데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즉 경주 농가는 닭을 입식하면서 방역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았고, 평택시는 분양 농가의 닭에 대한 육안 임상관찰 후 ‘이동승인서’를 발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마저도 불확실해졌다. 이동승인서가 팩스로 전달된 것으로 봐 담당자가 현장에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당국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월 AI 방역 강화차원에서 가금류 이동시 출하 전 임상검사를 실시한 후 '이동승인서'를 발급토록 가축방역법에 명기한 바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있으나마나 한 ‘이동승인서’가 된 셈이다.
 전국이 AI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초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가장 위험지인 평택에서 닭을 들여오면서 이같이 허술하게 짝이 없는 이동승인서를 발급했으니 바이러스를 통째로 몰고 온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아닌가. 이 조그만 행정 실수가 천북면의 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셈이다.
  당국은 뒤늦게 해당 가축방역관이 현장 확인에 소홀한 점이 발견될 경우 민형사상의 강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한다. AI 확산 방지에는 우리나라가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런 후진국형 인재를 당하고 보니 할 말이 없다.
 철저한 조사로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제2의 감염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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