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이 전도된 유병언 검거 작전 > 사설

본문 바로가기


사설
Home > 사설 > 사설

주객이 전도된 유병언 검거 작전

페이지 정보

경북신문 작성일14-06-12 20:10

본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검거해야할 검찰과 경찰은 지금 정보(情報)전에서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속영장만 발부되면 공권력을 앞세워 쉽게 신병을 확보해온 과거의 관행에 익숙해져서인지 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즉 유 전 회장측이 '숨바꼭질'이라는 극히 평범한(?) 방법으로 인신 구속권을 가진 절대 권력에 맞서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것 같다.     
 검경은 12일 이틀째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 대한 수색을 벌였으나 허탕을 쳤다. 이미 구원파 신도들이 '허탕 칠 것'이라고 예언한 그대로였다.
 검경은 금수원 안에 비밀땅굴 등이 곳곳에 있다는 제보를 토대로 전날 안성시로부터 확보한 지하수 탐지기를 동원, 지하시설물 찾기에 나선 데 이어 이날에는 음파탐지기까지 추가 투입했다. 이들 장비를 활용, 유 전 회장의 은신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수원 내 토굴이나 비밀땅굴, 지하벙커 등 지하시설물을 집중 탐지했으나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 허탈해진 검경은 수색인력과 탐지견을 대거 동원, 금수원 인근 야산과 농경지까지 수색범위를 확대해 유 전 회장의 흔적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유 전 회장 도피를 도운 인물로 알려진 '김 엄마' '신엄마'도 찾지 못했는데 터널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숨어있을 유 전 회장을 검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검경은 이런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것 같다. 그냥 인력을 풀어 '밑바닥'을 훑으면 쉽게 검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이제 입장은 완전 뒤바뀌었다. 유 회장 측이 오히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보라'는 식으로 검경을 우롱하는 꼴이 됐다. 이런 정황은 구원파 신도들의 증언에서도 드러난다. 이미 상당수 구원파 신도들은 유 전 회장을 세계적인 인물로 생각하고 있다. 또 "그 사람은 절대 잡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정도 수준이면 유 전 회장은 첩첩산중 인(人)의 장막에 싸여있다고 보아야한다.
 검경이 유 전 회장을 검거하려면 이들 장막을 걷어내야 한다. 그러나 인의 장막은 물리적인 힘으로는 제거하기 어렵다. 이를 헤쳐 나가려면 정보전에서 앞서가야 한다. 우리나라 검경에 과연 그런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동안 검경의 작전을 보면 정보전에서 엄청난 비대칭(非對稱)을 보이고 있다. 즉 수배자에 대한 검경의 정보보다 금수원이나 유 전회장 측이 갖고 있는 대한민국 검경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 국민이 '정말 못 잡는 것이 아닌가'하는 쪽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쨌든 대한민국 공권력의 신뢰는 조기 검거에 달려있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울릉·독도 신문. All rights reserved.
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