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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수 감축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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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3-11-1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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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왕따 등 학교에서 일어나는 요즘의 대표적인 일탈현상에는 학급당 학생수 감축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 전문가들은 이와 반대로 급당 학생수를 더욱 줄여야 이런 병폐가 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교사가 학생들을 관찰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 그 논리다. 아주 타당한 것 같지만 이 논리는 학생들을 관찰하고 대화를 하고자 하는 교사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 학생들간 벌어지고 있는 일을 교사가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만 성립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실 현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과연 지금 대부분의 담임교사들이 과거보다 현저히 줄어든 급당 학생수에 따라 과거 콩나물 교실을 운영하던 교사들보다 더 많이 학생들과 대화하고 심지어 학생 가정의 사정까지 더 많이 이해하고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잡무가 훨씬 늘었고 비리 근절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학부모들이 교사와 접촉하는 시간도 줄어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여건이 더 취약해진 것이다.
이같은 물리적 여건뿐 아니라, 담임들이 학생들과의 대화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게으른 교사’가 있다면 왕따 같은 병폐에 관한 한 여전히 급당 학생수 감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런 경우 오히려 소규모 학급은 특히 도시의 경우 이런 병폐에 더욱 취약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요즘은 5~6학년 교실에는 여학생이 고작해야 10명 내외다. 그런데 이들 학생들은 과거와 달리 학급 내에서 서너 명끼리만 모이는 현상이 유독 심하다. 다른 그룹의 아이들과는 모둠활동도 같이 하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 다른 그룹 아이들과 한 조가 됐을 경우 제멋대로 조를 바꾸거나 교사에게 항의까지 하고 불안 증세까지 보인다. 이들 그룹에 끼이지 못하는 아이 역시 불안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그룹에 끼기 위해선 그룹에 끼지 못하는 아이를 멀리해야 하는 상황에 순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룹에 끼지 못하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왕따가 된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아이들간의 갈등은 당사자는 아주 심각하지만 담임은 결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아이가 담임에게‘상담’을 요청하면 다른 아이들에게는‘고자질’로 통해 더욱 왕따가 심해진다. 담임이 알아도 해결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콩나물 교실에서는 이같은 가능성이 훨씬 줄어든다. 아이들이 많으면 서너명간의 그룹이 결성되기도 힘들고 결성됐다 하더라도 다른 그룹과 대화도 안 하는 정도의 배타성까지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자녀가 대여섯 명이 보통이었던‘베이비 붐’ 세대의 어른들이 어렸을 때 가정에서는 아이들을‘방치’해도 형제들끼리 저절로 다툼을 해결하고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그렇게 했다. 아이들간의 갈등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녀가 한두 명에 그치는 요즘 가정이 과거보다 더 문제가 적다고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자녀 수가 적기 때문에 이런 병폐가 더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학급도 마찬가지다. 학생 수가 너무 적으면 학생간의 갈등이 생겼을 경우 그 강도가 더 크고 오래갈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급당 학생 수 줄이기가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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