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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축제 정책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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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3-09-1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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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립합창단의 1년 예산은 5억원 정도다. 극단은 이 보다 조금 적다. 합창단과 극단은 그동안 경주의 문화적 격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극단은 1987년에 창립됐고 합창단은 1996년에 창단됐다.
경주시는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의 대표적 역사문화도시다.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국제적인 명성도 서울 다음으로 높을 것이 분명하다. 인근 포항이나 울산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지도는 크게 떨어진다. 현대 자동차를 설명해야 겨우 울산에 대해 이해한다. 하지만 경주는 그 이름 자체로 대한민국의 대표적 역사문화도시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 도시에 ‘한류드림페스티벌’이 열린다. 커버댄스 페스티벌, 한류 드림콘서트가 주요 프로그램이다. 참가하는 젊은 관객들이 TV에 나오는 아이돌 그룹의 춤을 흉내 내고 가장 잘 따라한 팀에게 상을 주는 프로그램이 커버댄스 페스티벌이고, 현재 가장 잘 나가는 대중음악 가수들을 한 자리에 불러 콘서트를 여는 것이 드림콘서트다.
이 축제가 과연 경주에 어울리느냐고 묻는다면 모르긴 해도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이 축제에 참가하는 관객의 대부분은 청소년들일 것이고, 이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경주를 방문할 관광객들 외에 무형적으로 경주에 남길 성과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축제를 기획한 사람도 쉽게 답변하기 힘들 것이다.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은 예산이다. 시비 5억원과 국·도비 1억원씩을 합쳐 모두 7억원이다. 단 이틀간 대중가수들의 콘서트에 쏟아붓는 예산이 경주시의 시립예술단 운영 예산 1년치에 맞먹는다. 합창단, 극단의 예산을 초과한다. 이게 온당한 생각인가. 청소년들에게 순수예술의 깊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기관에서 오히려 선정적이고 지극히 대중취향적인 콘서트를 연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한류문화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호도하고 있다. 대중문화가 한류문화를 이끄는 것이 아니다. 국격이 높아지고 국력이 신장되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문화 전반이 호평을 받는다. 다만 대중문화는 가장 즉각적이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이 나서서 문화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이런 일은 경주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미 가수들의 소속사와 계약이 이뤄졌을 테니 취소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깊이 반성해야 한다. 그 정도의 예산이라면 우리나라 대표적인 오케스트라나 무용단, 오페라단을 예술의 전당에 초청해 최고의 예술이 무엇인지 시민들에게 보여주고도 남을 예산이다. 이 정도라면 경주시는 시민의 정서함양, 문화향수권 고취 등 빛 좋은 말들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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