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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야구팬 우롱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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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3-08-1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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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최근 포항구장 시설 개보수로 9월 3, 4일 포항에서 열릴 예정이던 삼성과 기아의 경기 장소를 대구로 바꾼다고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경기를 손꼽아 기다려 오던 포항 야구팬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포항구장 전화는 ‘무슨 공사냐’는 팬들의 확인 전화로 빗발쳤다. 포항 구장관계자의 답변을 들은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포항구장 관계자는 배수공사가 예정돼 있긴 하지만 경기를 못 치를 만큼의 대규모 공사가 아니며 경기 전인 3일 까지는 충분히 마칠 수 있는 공사라는 대답에 팬들은 더 크게 분노했다. 분노는 비단 삼성 팬 뿐만 아니라 기아 팬들도 마찬가지다.

KBO의 지난 2001년 결정이 떠오른다. 롯데 선수들은 경기를 하루만 연기해 달라고 한국야구위원회에 부탁했다. 상대팀 KIA 타이거즈를 이끌던 당시 김성한 감독 역시 경기를 미뤄도 좋다고 했다. 그러나 KBO는 ‘경기 일정은 팬들과의 약속’이라며 경기를 치르라고 했다. 이날은 롯데 김명성 감독의 발인일이었다. 그러나 이 KBO의 결정으로 선수들은 시즌 중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스승의 죽음을 애도할 단 하루의 말미도 얻지 못한 채 경기를 치러야 했다. KBO에게 경기 일정은 그만큼 꼭 지켜야 하는 원칙이었다.

그런데 이번 경우엔 거짓말을 해가며 일정을 변경했다. 물론 포항은 광주에서 대구보다 1시간이 더 걸린다. 서울로 갈 때도 그렇다. 4일 경기가 끝난 뒤 포항에서 곧바로 잠실로 이동해야 하는 KIA에는 참 부담스러운 1시간이다. 게다가 포항 방문 경기 때는 경주의 숙소에서 묵어야 한다. 구단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래저래 피곤한 일정임에 틀림없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비단 KBO에만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삼성구단과 포항시, 기아구단의 처사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삼성과 포항시는 연간 10차례 포항구장에서 치르겠다며 계약을 했다. 그 계약 내용은 경기일정 발표로 공표됐고 시민들은 그렇게 받아들여 경기일정에 맞게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물렁한 계약을 체결한 포항시의 세련되지 못한 행정도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 경기를 유치한 이유를 생각한다면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프로야구 경기란 선수와 구단, KBO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팬들을 위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KBO는 지금이라도 포항 팬들에게 사과하고 경기 일정을 제자리로 돌려놓기를 바란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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