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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가 국문과를 없앤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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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3-06-1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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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의 금오공과대학에서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5년째 무료 야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소식이 화제로 떠올랐다. 이 학교의 총장과 보직교수들은 오후 9시에 학생식당에 나타나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잔치국수를 직접 배식했다. 사제지간의 정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금오공대는 1980년에 개교해 특수목적 공과대학으로 꾸준하게 성장해 온 학교다. 물론 무료 야식이라는 행사는 단순한 이벤트성 행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최근 각 대학의 면학 분위기나 치열한 경쟁구도 등을 생각한다면 흐뭇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이 학문연구의 요람에서 취업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변질된 지는 오래 전의 얘기다. 늦은 밤 불야성을 이루는 도서관에는 학문의 깊이를 다지는 학생들 보다 취업 공부를 학생들로 넘쳐난다. 그리고 해마다 각 대학에서는 취업률을 공개함으로써 명문대학교의 서열을 따진다.

동국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를 없애겠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취업률이 워낙 낮은 비인기학과이며 학교 전체의 취업률의 평균치를 갉아먹는다는 속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아내는 조건에 취업률이 크게 좌우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으므로 동국대학교가 그것이 아니라고 변명해도 설득력은 없다.

하지만 동국대가 국문과를 없앤다는 말은 서울대에서 법과대학을 없앤다는 말이나 홍익대에서 서양화과를 없앤다는 말과 같다. 동국대는 불교학과, 연극영화과와 함께 국문과가 대표선수격인 학과다. 그런데 국문과를 없앤다는 말이 나온 것은 대학의 행정이 시류에 얼마나 잘 쫓아가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고 대학 행정에 영혼이 빠졌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꼴이다.

대학은 취업학원이 아니라는 점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청년실업 문제에 초조한 나머지 각 대학에 취업률을 미끼로 고삐를 죄는 교육 당국도 반성해야 한다.

금오공대의 모습은 작은 일화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문학의 산실이었던 동국대학이 취업확률이 높은 첨단과학 관련 학과에 행정력을 치중하는 것은 백년대계라는 교육의 근본이념을 잊은 처사다. 학생들과 스승의 신뢰도 흔들린다. 어렵지만 서로를 독려하고 희망을 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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